두번째 사이드프로젝트
플릭(Flick) - 가장 가벼운 투두리스트
- 프로젝트 기간 : 약 10일
- 기획(1.5일)+디자인+개발+테플+QA
- 디자인 : 이예슬
- 개발 : 김윤재
기획
기획의 시작 | P(인식형)를 위한 투두리스트 앱은 왜 없을까?
작년까지 (어쩌면 지금까지도) 나는 엄청난 mbti 맹신러였다.
중학교 때 진로 시간에 봤던 mbti 테스트에서 ENFP가 나온 뒤로,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최근 몇 번의 테스트에서도 ENFP 말고는 나온 적이 없으니 그랬다. 설명도 나랑 너무 잘 맞았다.
그 중에서도 내 즉흥성인 P성향은 유난히 뚜렷했다.
매년 새 다이어리를 사도 한 달 이상 꾸준히 써 본 적이 없었고,
스케줄 관리 어플이나 투두리스트 어플을 받아도 꼬박꼬박 쓰는 건 그 때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즉흥적으로 사는 나도 할 일은 기억하고 살고 싶다고요...
얼핏 보면 어지러운 내 방에도 물건 나름의 정해진 위치와 규칙은 있듯이,
나처럼 막 사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계획과 우선순위가 있다. (마치 정돈된 어지러움...)
그런데 현재 앱 시장에 나와있는 투두리스트나 스케줄 어플은 너무 본격적이다.
특히 "날짜"와 "시간"이 있다는 것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J(판단형) 유형의 사람들은 할 일을 시간순으로, 마감순으로 해내는 것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나같은 P(인식형) 유형의 사람들은 할 일을 그 일의 범위와 양을 정해두고 해내는 것이 효율적라고 한다.
그래서 데드라인을 알려주는 리마인더 알림이 장착된 투두리스트나
오늘 해야 할 일을 기록하면 오늘 안에 끝내야 할 것 같은 날짜와 달력이 메인인 투두리스트는
그런 나에게 꾸준히 쓰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에게 최적화된 투두리스트는 어떤 모습일까?
플릭은 이렇게 시작됐다.
기획 디벨롭하기(1) | 앱의 정체성과 브랜딩
전 프로젝트였던 <선택왕 김댕댕>앱을 막 마무리하고,
투두리스트 앱을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했을 때 나에게 문득 떠오른 이미지가 몇가지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보드에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개발적으로 예쁘게 정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걱정과,
예쁘게 보여지기보단 메모들을 깔끔하게 바로 정렬해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서 이 그림은 접어두었다.
다음으로 떠오른 이미지는 바로 나와의 카톡과 비슷한 형태면 좋겠단 거였다.
나는 나와의 카톡 기능을 굉장히 다양한 용도로 잘 쓰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리마인드하기 위한 용도였다.
물론 리마인드를 위한 기능 치고는, 또 다양한 자료나 파일들을 많이 보내면서 그 일들이 묻히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래도 생각 날 때마다 할일들을 나에게 문자 보내놓듯 쓸 수 있다는 점 (생각만으로도 벌써 빠르고 편리하다!)
나같은 유형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나와의 카톡을 할일 리마인드 용으로 써 본 적이 있으리라 믿었던 점(ㅋㅋ)
이런 이유로 플릭을 채팅창 형태로 가져가보기로 맘먹었다.
앱의 이름은 역시 가장 마지막에 나왔지만, 이름과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플릭은 빠르고 편하고 가벼운 것을 코어벨류로 하고 있다.
애초에 기획하던 첫 순간부터 이 앱은 "투두리스트는 귀찮으면 안된다"라는 나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빨리 적고, 부담없이 리마인드하고, 편하게 해치우자는 나의 인생 철학(?) 같은게 담겨 있다.,,
그런 이유였을까? 뷰도 굉장히 빠르고 편하게 그렸다(거의 30분컷;;)
이것이 아주 초반의 플릭 메인인데, 메인컬러와 디테일한 디자인만 제외하면 지금이랑 거의 비슷하다.
기획하고 뷰를 그리면서 신경 쓴 점은 다음과 같다.
1. 날짜의 압박이 없을 것.
플릭은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이 생각나면 적을 수 있어야 한다. 자세한 일정이나, 데드라인을 신경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2. 메모 앱보단 투두리스트 앱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가져갈 것.
플릭을 어떻게 쓰든 사용자의 마음이겠지만, 적어도 기획을 하는 내 생각엔 투두리스트로서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하길 바랐다.
(서비스의 정체성이 흐려지면 기획의 방향성도 흐려지기 마련이니 이 부분은 보다 확실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메모와 투두리스트의 차이는 뭘까? 생각했는데, "완료한 일은 쉽게 지울 수 있고 또 모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답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플릭은 해야 할 일을 쉽게 쓸 수 있고, 완료한 일은 빠르게 지울 수 있으며, 내가 한 일들을 모아볼 수 있어야 한다.
3. 모든 과정을 귀찮지 않게 할 것.
사용자는 할 일이 생각나거나(기록하기 위해)
할 일을 리마인드하려고(리스트를 보기 위해) 플릭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 두 행동에 아주 최적화 된, 미니멀한 뷰 구성을 하고 싶었다.
따라서 메인에서는 내가 해야 할 일들만 보여주면 좋겠고, 무엇보다 아주 빠르게 할 일을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사용자가 하길 바라는 액션은 "기록하기" 인데, 이에 집중하기 위해 플릭의 메인엔 텍스트 박스 외에는 눈에 띄는 버튼이 크게 없다.
4. 미니멀하게 디자인 할 것.
플릭에는 이렇다 할 뷰가 없다. 대부분의 일들이 거의 하나의 뷰에서 이루어진다.
빠르고 가벼운 앱이라는 브랜딩에 충실하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버튼으로 액션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블클릭, 스와이프, 꾹 누르기 등의 액션 제스쳐로 사용자가 플릭의 색깔도 느낄 수 있고
애니메이션을 추가해서 할 일을 지우는 데 재미도 더하고 싶었다. 미니멀함을 위한 이런 액션이 곧 플릭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된 것 같다.
기획 디벨롭하기(2) | 앱의 기능 정리하기
플릭의 기능을 정리해봤던 노트.
위의 네 가지 가치를 잘 가지고 가려고 노력하면서 고민해봤다.
우선 넣고 싶은 기능들을 써보고, 그 중에서도 필수적인 기능들을 꼽아보았다.
모두 다 구현하면 좋겠지만, 목표로 잡은 시간과 보다 집중하고 싶은 기능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정해진 메인 기능들은, 다음과 같다.
- 할 일 블럭 추가(텍스트 추가)
- 블럭 마킹(중요 표시)
- 블럭 수정
- 블럭 삭제
- 할 일 완료하기(상태 표시)
- 한 일 아카이빙
- 설정(테마, 다크모드, 문의, 개발자 정보 등)
(현재는 앱 내에서 정리된 이름으로 바꿔서 적었다!)
위에서 적었듯이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액션을 많이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위에서 정한 몇가지 기능을 다양한 제스쳐로 구현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한번의 클릭으로 블럭의 상태를 변경할 수 있게 하고자 했는데,
보통 스마트폰에서 가장 기본적인 액션이 클릭이기 때문에, 액션 제스쳐가 다양한 앱에서 가벼운 클릭으로 의미있는 기능이 실행되는게 오히려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태표시는 스와이프, 중요표시는 더블탭, 삭제와 수정은 길게 클릭하여 팝업을 띄우는 방법으로 기능을 정리했다.
상태 표시를 스와이프로 정한 이유는 할일을 완료하고 넘기는 재미를 위해서였고,
삭제와 수정을 꾹 누르는 모션으로 정한 이유는 팝업을 띄우기에 꾹 누르는 모션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션이라 생각해서다.중요표시를 더블탭을 정한 구체적인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그나마 남은 가장 미니멀한 액션이니까...?
기능 정리가 끝났다 !
플릭의 경우에는 와이어프레임 없이 지금과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디자인을 바로 했기 때문에 기록할 와이어프레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과 UX에 대한 디테일한 고민들이 디자인을 하면서 많이 생기게 되었는데,
다음 포스팅에서 플릭의 디자인 회고를 하며 그런 부분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
그리고... 플릭은 QA는 진행했으나, 개인적으로 추가하고 싶은 다양한 기능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릴리즈 이후에 사용자분들에게 다양한 피드백과 기능 추가 문의 등이 들어와서 꾸준히 글을 써볼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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